폭염의 고통을 크게 받는 사람들은 직장인보다 가정에 있는 주부, 아이, 노인 등 가족들이어서 이들을 배려한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집에 볼일이 있어 점심시간에 잠깐 들렸다가 아궁이 속 같은 집안에서 일하는 아내를 보고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은 항상 시원한 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아내와 가족들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상황파악이 잘 안됐던 것이다.

시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하는 가정주부 최모씨도 사정이 비슷하다. 최씨 역시 펄펄 끊는 찜통 더위 속에도 에어컨을 켜지 못하고 집안 일을 한다. 시부모님은 남편이 귀가하면 하루 종일 일하느라 힘들었다고 낮 시간 가동하지 않았던 에어컨을 켠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아빠의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형편이라고 했다.

일산에 거주하는 윤모씨는 전기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아예 에어컨을 구입하지 않고 생활하는 케이스이다. 윤모씨 부부는 계약직으로 일하며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1년에 몇 번 못 쓰는 에어컨 구입을 포기하고 한 여름을 잘 넘기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무더위가 심한 여름철은 거의 부부가 붙어 잠자는 게 부담스러워 떨어져 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한 여름에는 금욕의 기간이 되었다고 털어놨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며, 이는 출산율과도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기업, 관공서 등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많은 사무직 직장인들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일을 하고 있어 가정 주부와 비교된다. 회사가 피서지라는 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진 이야기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씨는 냉방병에 걸릴 정도로 차가운 실내 공간에서 근무를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루에 한번도 밖에 나가지 않을 때가 많고, 심지어 점심식사도 사내 식당에서 해결하다 보니 무더위로 인한 고통이 피부에 와 닫지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의 가정주부들이 한낮 무더위에도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워 에어컨을 못 켜고 가사 노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넓은 사무공간에 몇 사람 밖에 없는데도 에어컨을 풀로 가동하고, 또 퇴근 시간 이후 90% 이상 직원이 나간 상태에서도 에어컨을 수시간 동안 가동하는 기업들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모든 직장인이 사무직 직장인들처럼 시원하게 근무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정에서 전기세 폭탄을 무서워하며 고통을 감내하는 주부들의 상황보다는 훨씬 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형평성 있는 개선이 요구된다.

또 지금의 사태를 경제 논리로 해결하지 말고, 국민의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책을 세울 때도 소득의 정도, 가구원 수, 부양가족 공동생활 여부 등을 고려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제이콥 기자  real201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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