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바다’ 운동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아나바다'는 90년대 금융 위기가 닥치자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발로로 소비자들 사이에 번진 알뜰운동으로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이다. 경기침체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되살아 난 것이다.

일산에 거주하는 김모씨(20대 여)는 요즘 책상 서랍 속에 모아 두었던 샴푸 샘플을 꺼내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모아 둔 샴푸 샘플로만 한 달 정도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분당에 거주하는 장모씨(30대 여)도 로션, 스킨 등 화장품 샘플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절약 소비패턴은 1인 가구에서 더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주거비용을 비롯해 각종 세금과 휴대폰 비용 등이 부담을 주고 여기에 각종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버텨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알뜰구매를 위한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춰 업체들도 샘플과 판촉물 마케팅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출판과 화장품업계다.

잡지시장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판촉물이 양념처럼 들어갔지만 최근에는 더욱 심화된 모습이다. 최근 여성층을 겨냥한 잡지류에는 부록과 판촉물 없이는 판매가 부진 할 정도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여성잡지의 경우 책값보다 비싼 판촉물을 책에 넣어 독자들을 공략하는 경우도 있다. 라이프플레닛이 9월호 여성 잡지에 들어 있는 판촉물을 살펴본 결과, 인스타일에는 클라란스 트리트먼트 에센스와 닥터지 브라이트닝 필링 젤이, 쎄씨에는 아이아이 카드지갑이, 엘르에는 뉴트로지나 내추럴스 퓨리파잉 훼이셜 클렌저와 프레쉬 클렌징&메이크업 리무버 세트가 포함되어 있었다. 또 코스모폴리탄지에는 라네즈 세럼 드롭 틴트 키트 2종이 들어 있고, 나일론지에는 캐릭터 저금통이, 또 마리끌레르지에는 무려 5만원대 상당의 바디비치 퍼팩트 화이트닝 쿠션과 겔랑 오드 퍼퓸 인텐스 미니어처가 들어 있는 것으로 전했다. 잡지의 가격이 6천원~1만원 정도이지만 부록 제품은 무려 3만~5만원 정도에 달한다.

화장품 업체들도 디엠(DM) 속에 제품 샘플을 넣어 적극 발송하고 있다. 이니스프리, 홀리카홀리카, 에뜨드하우스, 스킨푸드,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숨, 에스뜨아 등 브랜드는 자사 메일등록 고객을 겨냥해 신상 및 인기 상품의 미니샘플을 우편물에 담아 발송하고 있다.

이들 판촉물과 디엠은 알뜰 소비자들에게는 꽤 반가운 마케팅이어서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은평 불광동에 거주하는 김모씨의 경우 제품을 구매할 때 판촉물과 덤 제품이 있는지를 꼭 확인한다고 했다.

소비자들의 ‘아나바다’ 소비 행태와 업체들의 판촉물 마케팅은 불경기에 맞춰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제이콥 기자  real2018@daum.net

<저작권자 © 라이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