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왼쪽부터 포르쉐 911 (Porsche 911). 페라리 458 이탈리아 (Ferrari 458 Italia).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amborghini Aventador). 닛산 GT-R (Nissan GT-R). 쉐보레 콜벳 (Chevrolet Corvette). 스포츠카. 픽사베이 캡처

스포츠카 디자인은 단순히 멋을 내는 것을 넘어, 시대의 기술과 성능 요구사항, 그리고 미적 기준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각 시대의 디자인을 살펴보는 것은 당시 자동차 기술과 문화의 단면을 엿보는 흥미로운 경험이 된다.

스포츠카의 역사를 살펴보면 초기 시대, 황금기 및 성능 시대, 공기역학과 기능성의 시대, 첨단 기술과 복합적인 형태의 시대로 나눠 볼 수 있다.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는 초기 시대로 이 시기의 스포츠카는 레이싱카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유선형의 부드러운 곡선과 긴 보닛, 짧은 리어 덱이 특징이었다. 공기역학적 성능보다는 아름다움과 기술력 과시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 많은 모델이 오픈탑 형태로 제작되었다. 재규어 XK120, 메르세데스-벤츠 300SL (걸윙 도어 포함), 쉐보레 콜벳 C1 등을 꼽을 수 있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황금기 및 성능 시대로 소개할 수 있다. 이 시기의 특징은 스포츠카의 대중화와 함께 디자인에 개성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근육질의 강렬한 라인(머슬카)이 등장했고, 이탈리아 디자인 하우스들이 주도하는 날카로운 '웨지(wedge)' 형태의 디자인도 유행했다. 공기역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스포일러나 에어 인테이크 같은 기능적 요소가 디자인에 통합되기 시작했다. 대표적 모델이 페라리 250 GTO, 람보르기니 미우라, 포르쉐 911 (초기 모델), 쉐보레 콜벳 C2 (스팅레이) 등이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공기역학과 기능성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오일 쇼크 이후 효율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이 중요해졌다. 차체가 전체적으로 낮고 매끄러워졌으며, 팝업 헤드라이트나 플러시 도어 핸들과 같이 표면을 최대한 평평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사용되었다. 직선적이고 각진 형태와 부드러운 곡선이 혼합된 디자인도 나타났다. 페라리 F40, 람보르기니 카운타크, 혼다 NSX (1세대), 닛산 스카이라인 GT-R (R32, R33, R34) 등이 대표급이다.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는 첨단 기술과 복합적인 형태의 시대라 표현한다. 특징은 컴퓨터 설계 기술과 첨단 소재의 발전으로 디자인 자유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것. 복잡하고 유기적인 곡선과 날카로운 직선이 조화롭게 사용되었다. 공기역학적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형 디퓨저, 액티브 스포일러, 정교한 공기 통로 등이 디자인에 필수적으로 통합되었다. LED 조명 기술의 발달로 헤드라이트와 테일라이트 디자인이 더욱 다양해졌고, 내부 디자인 역시 디지털 계기판 등 첨단 기술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페라리 라페라리,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포르쉐 911 (현행 모델), 닛산 GT-R (R35) 등이 대표적이다.

1960년대 스포츠카 디자인과 2000년대 이후 스포츠카 디자인의 주요 차이점, 두 시대의 자동차 디자인 철학과 기술 수준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공기역학과 기능성의 중요도, 형태의 복잡성과 조형미, 기술의 통합(조명 및 내부)에 나타난다.

공기역학과 기능성의 중요도 면에서, 1960년대는 공기역학에 대한 이해가 있었지만, 디자인의 주된 목적은 '아름다움'과 '감성적인 매력'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기능적인 요소가 디자인에 통합되기 시작했으며, 대표적인 예가 스포일러다. 지금처럼 성능 향상을 위해 디자인 자체가 공기 흐름을 극단적으로 제어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매끄러운 곡선이나 직선적인 형태가 주를 이루었지만, 공기역학적 완성도보다는 스타일이 더 중요했다.

2000년대 이후엔 공기역학은 디자인의 핵심 요소이자 성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되었다. 디자인은 공기저항을 줄이고 다운포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복잡한 형태의 에어 인테이크, 디퓨저, 액티브 스포일러 등이 디자인에 필수적으로 통합되며, 차체 곳곳의 라인과 굴곡이 모두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기능적인 역할을 한다. 즉, 디자인이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한다.

형태의 복잡성과 조형미에 있어, 1960년대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명확한 선과 면으로 구성된 디자인이 많았다. '머슬카'의 강렬한 직선, '이탈리아 디자인'의 유려하거나 날카로운 웨지 형태 등 각 시대나 지역별로 특징적인 형태가 두드러졌다. 판금 기술 등의 한계로 지금처럼 복잡하고 입체적인 형태를 구현하기는 어려웠다.

2000년대 이후엔 컴퓨터 설계 및 첨단 제조 기술의 발전으로 훨씬 복잡하고 유기적인 형태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날카로운 직선과 부드러운 곡선이 공존하며, 차체 표면이 마치 조각된 예술품처럼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굴곡을 가진다. 이는 공기역학적 요구사항과 함께 시각적인 역동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기술의 통합(조명 및 내부) 면에 있어 1960년대는 헤드라이트와 테일라이트는 기능적인 조명 역할에 충실했다. 실내 디자인은 운전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에 집중되었고, 아날로그 계기판이 주를 이루었다.

2000년대 이후엔 LED 조명 기술의 발전으로 헤드라이트와 테일라이트가 차량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가 되었다. 복잡하고 개성 있는 형태로 제작되며 주간 주행등 등이 추가되었다. 실내는 디지털화가 가속되어 대형 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 디지털 계기판 등이 통합되며, 정보 제공 및 편의 기능이 크게 강화되었다.

요약하자면, 1960년대 스포츠카 디자인은 감성적인 아름다움과 스타일, 그리고 당시 기술 수준 내에서의 기능성 추구에 중점을 두었다면, 2000년대 이후의 디자인은 첨단 기술(컴퓨터 설계, 신소재)을 바탕으로 공기역학적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능성과 복잡하고 역동적인 조형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스포츠카 6종. 다양한 기준에 따라 선정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성능, 디자인, 역사적 의미 등을 고려할 때 다음 6종의 스포츠카를 들 수 있다. 이들 스포츠카 6종의 출시 연도와 주요 디자이너, 모델별 특징을 살펴본다.

이미지=포르쉐 스포츠카. 픽사베이

포르쉐 911 (Porsche 911)은 1963년 처음 출시된 이후 스포츠카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모델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과 뛰어난 주행 성능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포르쉐 911 (Porsche 911)은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F.A. Porsche), 에르빈 코멘다(Erwin Komenda) 등 여러 세대를 거치며 다양한 디자이너 참여했다.

포르쉐 911 (Porsche 911)의 이미지 스타일은 '변치 않는 클래식' 또는 '진화하는 아이콘'의 느낌이 강하다. 동그란 헤드라이트와 매끄럽게 흘러내리는 루프라인, 그리고 후면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실루엣이 수십 년간 유지되어 왔다. 고성능 스포츠카임에도 불구하고 우아하고 정제된 느낌을 준다. 특징은 시대를 초월하는 개구리 눈 형태의 원형 헤드라이트, 엔진이 뒤에 위치한 RR(Rear-engine, Rear-wheel drive) 구조에서 비롯된 독특한 리어 덱과 루프라인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미지= 페라리 스포츠카. 픽사베이

페라리 458 이탈리아 (Ferrari 458 Italia)은 2009년 출시, 아름다운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으로 많은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드림카로 손꼽히는 모델 중 하나이다. V8 엔진의 매력적인 사운드도 빼놓을 수 없다. 페라리 458 이탈리아(Ferrari 458 Italia)은 피닌파리나(Pininfarina), 돈 섀비지(Donato Coco) 주도로 디자인이 이루어졌다. 

페라리 458 이탈리아 (Ferrari 458 Italia)은 '예술적인 유려함'과 '강력한 성능'이 조화된 이미지다. 매끄러운 곡선과 날카로운 디테일이 결합되어 마치 조각품과 같은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특히 측면의 공기 흡입구 라인이나 헤드라이트 디자인이 매우 유려하게 표현된다. 정지해 있을 때도 속도감이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미드십 엔진 구조에서 나오는 균형 잡힌 비율, 유려하게 흐르는 듯한 차체 라인, 공기역학적 디자인이 녹아든 세련된 외관이 특징적이다.

이미지= 람보르기니 스포츠카. 픽사베이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Lamborghini Aventador)는 2011년 첫 선을 보였다. 공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V12 엔진의 압도적인 성능으로 람보르기니의 상징적인 모델이 되었다. 존재감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필리포 페리니(Filippo Perini), 람보르기니 첸트로 스틸레(Centro Stile) 등 디자이너가 설계했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amborghini Aventador)는 '압도적인 존재감'과 '미래지향적인 공격성'을 드러내는 이미지다. 날카로운 직선과 각진 면들이 마치 스텔스 전투기를 연상시킨다. 매우 낮고 넓은 차체와 시저 도어(가위처럼 위로 열리는 문, 쿠페 모델)는 람보르기니만의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징은 매우 각지고 날카로운 '웨지(wedge)' 형태의 디자인, 크고 복잡한 형태의 공기 흡입구, 그리고 보는 이를 압도하는 강렬한 실루엣이 핵심이다.

이미지= 닛산 스포츠카. 픽사베이

닛산 GT-R (Nissan GT-R)은 2007년 R35가 출시, '고질라'라는 별명처럼 강력한 성능과 뛰어난 가성비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전자 제어 기술이 집약된 주행 성능이 특징이다. 디자이너 시로 나카무라(Shiro Nakamura), 히로시 가케야마(Hiroshi Kakeyama)에 의해 설계되었다.

닛산 GT-R (Nissan GT-R)는 '강력한 힘'과 '기능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이미지다. 화려함보다는 단단하고 근육질적인 느낌을 준다. 특히 후면부의 시그니처인 원형 테일라이트는 GT-R의 강력한 정체성을 보여준다. 서킷이나 와인딩 로드 등 역동적인 주행 환경에서 빛을 발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넓고 다부진 차체, GT-R만의 상징적인 원형 4구 테일라이트, 고속 주행 안정성을 위한 커다란 리어 윙(모델에 따라 다름), 기능성을 우선시한 디자인이 특징적이다.

이미지=혼다 스포츠카. 픽사베이

혼다 NSX (Honda NSX)는 1990년 (1세대), 2016년 (2세대) 모델이 나왔다. '일본의 페라리'라 불리며 출시 당시 혁신적인 기술과 뛰어난 밸런스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는 하이브리드 슈퍼카로 재탄생했다.  디자이너 오쿠야마 고지(Koiji Okuyama)가 1세대, 미셸 크리스트(Michelle Christensen)가 2세대 모델을 디자인했다. 2세대는 혼다 아메리카에서 설계되었다.

혼다 NSX (Honda NSX)는 1세대의 경우 '정교함'과 '밸런스'의 이미지가 강하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알루미늄 차체와 뛰어난 주행 성능을 바탕으로 '일상에서도 편안하게 탈 수 있는 슈퍼카'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매끄럽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2세대는 '첨단 기술'과 '세련된 역동성'을 보여준다. 하이브리드 슈퍼카로서 미래지향적이고 복잡한 형태를 가지며, 특히 플로팅 C필러나 날카로운 조명 디자인이 눈에 띈다. 1세대는 낮고 넓은 차체와 팝업 헤드라이트(초기 모델), 운전자 중심의 디자인이 특징이며, 2세대는 복잡한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시각적 표현, 그리고 독특한 C필러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미지=쉐보레 스포츠카. 픽사베이

쉐보레 콜벳 (Chevrolet Corvette)은 1953년 출시,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카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강력한 성능을 제공하여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디자이너 할리 얼(Harley Earl)의 대표작이며, 여러 세대를 거치며 다양한 디자이너 참여하였다.

쉐보레 콜벳 (Chevrolet Corvette)은 '미국 스포츠카의 상징' 또는 '대중적인 강력함'을 보여주는 이미지다. 긴 보닛과 짧은 리어 덱의 전형적인 스포츠카 비율을 가지며, 시대별로 다양한 디자인 변화가 있었지만 항상 역동적이고 힘 있는 모습을 강조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강력한 성능을 제공하는 '가성비 스포츠카'의 이미지도 있다. 긴 후드와 짧은 후면부 비율, 세대별로 특징적인 테일라이트 디자인(원형 또는 사각 클러스터), 그리고 근육질의 강렬한 차체 라인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최근 모델들은 미드십 구조로 전환하며 디자인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이 외에도 뛰어난 스포츠카들이 많지만, 위 6종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큰 인기를 얻었던 모델들이다.

제이콥 기자  real201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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